1화

팔 시 오십 분

마감 시간에 오는 사람 · 오세림

여덟 시 사십오 분에 정우는 계산기를 껐다.

마감 준비는 순서가 있다. 계산기, 다림판 전원, 앞쪽 형광등 두 개, 그리고 마지막에 문 앞 매트. 칠 년 동안 이 순서를 바꾼 적이 없었다.

순서를 지키면 하루가 끝난다. 순서를 어기면 하루가 안 끝난 것 같다. 그건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됐다. 앞쪽 형광등을 끄려고 손을 뻗었을 때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정우는 손을 내렸다. 여덟 시 오십 분이었다. 석 달째였다. 매주 화요일, 여덟 시 오십 분.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었다.

“오셨어요.”

“네.”

손님은 종이가방에서 셔츠를 꺼냈다. 흰색, 목깃이 조금 낡은 것. 늘 같은 셔츠였다. 정우는 그것을 받았다. 받으면서 목깃을 봤다. 세 번째 세탁부터는 안쪽에 작게 이니셜이 있다는 걸 알았다.

J.H.

지금은 여덟 번째였다.

“금요일에 찾으러 오시면 됩니다.”

“네.”

계산이 끝났다. 손님은 영수증을 받아 접었다. 늘 반으로 두 번 접었다. 그리고 코트 왼쪽 주머니에 넣었다. 이것도 여덟 번 같았다. 정우는 이 자리에서 여덟 번 이 사람을 봤다.

이름은 몰랐다. 접수증에는 전화번호 뒷자리 네 개만 있었다.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다. 세탁소에서 이름을 묻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안 묻는 쪽이 이상하다.

“저기.”

정우가 말했다. 손님이 돌아봤다.

정우는 이어서 말하려던 문장을 잊었다. 아니, 잊은 게 아니라 준비한 적이 없었다. 석 달 동안 물어봐야지 생각만 했지, 어떻게 물을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조심히 가세요.”

“네.”

손님이 문 쪽으로 갔다.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멈췄다.

“사장님.”

“네.”

“두 달 뒤에 닫으신다면서요.”

정우는 다림판 쪽을 보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떡집 사장님이요.”

미숙이었다.

“두 달 맞습니다.”

“그러면.”

손님이 말을 골랐다.

“제 셔츠는 몇 번 더 맡길 수 있어요?”

정우는 세었다. 이 주에 한 번씩이면 네 번. 매주면 여덟 번.

“여덟 번이요.”

“매주 오면요?”

“네.”

“그럼 매주 올게요.”

손님이 나가고 정우는 앞쪽 형광등을 껐다. 문 앞 매트를 들여놓으려고 나갔다가, 옆 가게 앞에 미숙이 서 있는 것을 봤다.

“뭘 그렇게 봐.”

“아무것도 안 봤어요.”

“내가 다 봤는데.”

미숙이 담배를 껐다.

“물어봤어?”

“뭘요.”

“이름.”

정우는 매트를 들었다.

“안 물어봤어요.”

“석 달째잖아.”

“압니다.”

미숙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다 돌아섰다.

“정우야.”

“네.”

“저 사람 매주 화요일에 어디서 오는지 알아?”

“몰라요.”

“세 정거장 떨어진 데서 와.”

정우는 매트를 놓았다.

“이 동네에 세탁소 네 개야.”

미숙이 말했다.

“저 사람 집 앞에도 하나 있어.”

그날 밤 정우는 셔츠를 다렸다. 여덟 번째 셔츠였다. 목깃 안쪽의 이니셜을 다시 봤다. J.H. 정우는 다리미를 놓고 접수대로 갔다. 접수증 뭉치를 꺼냈다. 석 달 치를 하나씩 넘겼다.

여덟 장이 있었다. 여덟 장 전부 전화번호 뒷자리 네 개만 적혀 있었다. 여덟 장 전부 같은 번호였다. 정우는 그 번호를 봤다. 아는 번호였다. 칠 년 동안 매달 편지를 부치지 못한, 그 수신인의 번호였다.

정우는 접수증을 내려놓았다. 칠 년 전 번호였다.

그 번호로 매달 편지를 썼고, 매달 부치지 못했다. 서랍에 여든네 통이 있다. 세어 본 것이 아니라 매달 하나씩 늘어난 것을 알기 때문에 안다.

수신인은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는 이 가게를 물려주고 삼 년 전에 돌아가셨다. 수신인은 아버지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정우가 열아홉이던 해, 이 가게에 셔츠를 맡기고 찾아가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 셔츠를 삼 년 동안 걸어 두었다. 정우가 몇 번 버리자고 했고, 아버지는 매번 대답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정우가 옷장을 정리할 때, 그 셔츠가 아직 걸려 있었다. 목깃 안쪽에 이니셜이 있었다. J.H. 정우는 다림판 앞으로 돌아갔다. 여덟 번째 셔츠가 아직 거기 있었다.

목깃을 다시 봤다. 같은 이니셜이었다.

같은 셔츠는 아니었다. 원단이 달랐다. 삼 년 걸려 있던 셔츠는 면이고, 이건 면혼방이다. 세탁소를 칠 년 하면 손으로 안다.

같은 사람이 다른 셔츠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매주 화요일 여덟 시 오십 분에. 세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와서. 정우는 다리미를 세웠다. 옆 가게에서 미숙이 셔터를 내리는 소리가 났다.

정우는 밖으로 나갔다.

“미숙 누나.”

“어.”

“저 사람이요.”

“응.”

“우리 아버지 아세요?”

미숙은 셔터에서 손을 뗐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정우야.”

“네.”

“그거 지금 물어보면 안 되는 거야.”

“왜요.”

“두 달 남았잖아.”

미숙은 담배를 꺼내다가 다시 넣었다.

“두 달 뒤에 물어봐.”

정우는 가게로 돌아왔다. 매트를 들여놓고, 문을 잠갔다. 잠그면서 다음 주 화요일까지 며칠 남았는지 셌다. 엿새였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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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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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밤에책2026.05.14· 1

    설정이 과하지 않게 깔려서 편하게 따라갔습니다.

    • 종이배2026.05.15

      완전 공감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요.

  • 한화만더2026.05.13· 1

    문장이 짧은데 밀도가 있어요. 계속 읽게 됩니다.

  • 겨울차2026.05.12· 1

    같은 출발점에서 나온 다른 작품도 읽고 왔는데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 한화만더2026.05.13

      저도 그 장면에서 멈췄어요.

  • 조용한책상2026.05.11· 1

    여기서 끊는 건 반칙 아닌가요… 잘 읽었습니다.

  • 일곱줄2026.05.10· 1

    이 장면 묘사가 오래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줄이요.

    • 오세림2026.05.11

      말씀하신 부분은 다음 회차에서 조금 더 풀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