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서른일곱 번째 아침

다른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 백해원

그는 나를 매일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월요일에는 여름이라고 했다. 화요일에는 서리라고 했다. 수요일에는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나는 삼 개월째 그의 가게에서 일했고, 삼 개월 동안 내 진짜 이름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가게는 등을 만드는 곳이다. 종이와 대나무와 풀. 재료는 세 가지뿐이다. 등의 값은 크기가 아니라 안에 넣는 것으로 정해진다.

“이 등에는 뭘 넣습니까.”

첫날 내가 물었다.

“이름.”

그가 말했다.

“등 하나에 이름 하나. 그게 이 가게 규칙이야.”

이름을 넣은 등은 밤에 켜면 그 이름이 불린다.

소리로 들리는 것은 아니다. 등불 아래에 서면, 자기 이름을 누가 부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걸 왜 사요.”

“이름을 오래 못 들은 사람들이 사.”

나는 이름을 잃은 사람이다. 정확히는, 이름을 두고 왔다. 어디에 두고 왔는지도 안다. 다만 가지러 갈 수가 없다. 가지러 가려면 강을 건너야 하고, 강을 건너려면 이름을 대야 한다.

이름이 없으니 건널 수 없고, 건너지 못하니 찾을 수 없다.

“오늘은 뭐라고 부를까.”

목요일 아침에 그가 물었다.

“아무거나요.”

“아무거나는 이름이 아니야.”

“그럼 안 부르셔도 돼요.”

그는 대나무를 깎다가 손을 멈췄다.

“수요일에 안 불렀잖아.”

“네.”

“그날 어땠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요일은 견디기 어려웠다.

“이름을 매일 바꾸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내가 물었다.

“왜.”

“헷갈리잖아요.”

“누가.”

“제가요.”

그는 대나무를 다시 깎기 시작했다.

“헷갈리는 게 낫지.”

“왜요.”

“안 헷갈리면 하나로 굳거든.”

그의 말은 이런 뜻이었다. 이름을 하나로 부르면, 그 이름이 그 사람의 전부가 된다. 그러면 이름을 잃었을 때 사람도 같이 없어진다.

“너는 지금 이름이 없어.”

그가 말했다.

“근데 없어지지는 않았잖아.”

금요일 저녁에 손님이 왔다. 여자였다. 나이가 많지 않았다. 손에 낡은 등을 들고 있었다.

“이거 고쳐 주세요.”

그가 등을 받아 살폈다.

“이건 이 가게 물건이 아닌데.”

“맞아요.”

“어디서.”

“강 건너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여자가 나를 봤다.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 이 등 안에 든 이름 좀 봐 주실 수 있어요? 제가 못 읽어서요.”

그가 등을 열었다. 안에 종이가 있었다. 그가 종이를 펴서 읽었다. 그리고 나를 봤다.

“이거.”

“뭔데요.”

그는 종이를 접었다.

“오늘은 이름을 안 부를게.”

그날 밤, 나는 가게에 남았다. 작업대 서랍에 그 종이가 있었다. 꺼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꺼냈다. 거기 적힌 글자는 두 자였다. 읽는 순간 목덜미가 뜨거웠다.

내 이름이었다. 뒤에서 소리가 났다. 그가 문가에 서 있었다.

“읽었네.”

“...네.”

“이제 어떡할 거야.”

나는 종이를 쥐고 있었다.

“강을 건널 수 있어요.”

“응.”

“건너면 이름을 찾을 수 있어요.”

“응.”

그는 안으로 들어와 등에 불을 켰다.

“그럼 나는 널 뭐라고 불러야 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등불이 종이를 비췄다. 글자 두 자가 선명했다. 그는 그 글자를 보지 않고 나를 봤다.

“내일은 화요일도 아니고 수요일도 아니야.”

“그럼요.”

“네가 정하는 날이야.”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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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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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줄2026.05.10· 1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을 만들어 주네요.

    • 조용한책상2026.05.11

      완전 공감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요.

  • 종이배2026.05.09· 1

    이 작가님 다른 작품도 찾아 읽는 중입니다.

  • 달밤에책2026.05.08· 1

    설정이 과하지 않게 깔려서 편하게 따라갔습니다.

    • 백해원2026.05.09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두 줄은 저도 오래 고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