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삼 초
박수 유도 등 · 오세림
그날 나는 하교를 십 분 늦게 했다. 주번이었기 때문이다. 칠판을 닦고 나오니 네 시 사십 분이었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칠 분. 가는 길에 문구점 하나, 세탁소 하나, 치킨집 둘.
치킨집이 둘인 이유는 사장 둘이 형제인데 사이가 나빠서라고 현우가 말했다. 현우 말은 절반쯤 사실이다. 네 시 사십사 분에 나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가 빨간불이었다.
옆에 어른이 여섯 명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빛이 났다. 정확히는, 하늘에 글씨가 생겼다. 남서쪽. 내 눈높이에서 사십오 도쯤 위. 붉은 글씨였다. 두 자였다.
박수
나는 그것을 삼 초쯤 봤다. 그리고 옆에서 소리가 났다. 어른 여섯 명이 손뼉을 쳤다. 동시에. 박자가 맞았다. 여섯 명이 여덟 번씩 쳤다. 그리고 멈췄다.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었다.
여섯 명이 길을 건넜다. 나는 못 건넜다. 다음 신호에 건넜다. 문구점 앞을 지나는데 아저씨가 밖에 나와 있었다. 평소에는 안에 있는 사람이다. 아저씨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남서쪽을.
“아저씨.”
아저씨가 나를 봤다.
“봤니.”
나는 대답을 준비하지 못했다.
“...뭘요.”
아저씨는 그 말에 웃었다.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안 봤으면 됐어.”
집에 와서 나는 휴대폰을 봤다. 네 시 사십사 분에 나는 사진을 찍었다. 찍은 기억은 없는데 찍혀 있었다. 사진에는 하늘만 있었다. 글씨는 없었다. 저녁에 현우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네 시 사십사 분에 뭐 했어
야자
하늘 봤어?
??
아니야
십 분 뒤에 현우한테서 답이 왔다.
근데 왜 물어봄
그냥
...
나 사실
아니다
현우는 그 뒤로 답이 없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봤다. 초등학교 사 학년 때도 한 번 봤다. 그때는 글씨가 달랐다.
웃음
그때도 어른들이 동시에 웃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열세 살 때 한 번 했고, 그 뒤로 안 했다. 다음 날 나는 문구점에 갔다. 살 것도 없으면서 들어갔다. 아저씨는 계산대에 있었다.
“뭐 찾아.”
“...아저씨.”
“어.”
“어제 왜 박수 안 치셨어요.”
아저씨가 손을 멈췄다.
“봤구나.”
“네.”
아저씨는 계산대 아래에서 노트를 꺼냈다. 낡은 것이었다. 펼쳤다. 날짜가 죽 적혀 있었다. 그 옆에 글자가 두 자씩.
2011.04.12 웃음 2013.09.03 박수 2016.11.28 침묵 2019.05.14 웃음 2022.02.09 박수 2024.10.30 침묵
여섯 개였다.
“어제 걸로 일곱 번째야.”
아저씨가 볼펜을 들었다.
“근데 이번엔 처음이야.”
“뭐가요.”
아저씨가 나를 봤다.
“본 사람이 둘인 게.”
“본 사람이 둘이라는 게 왜 처음이에요?”
내가 물었다. 아저씨는 노트를 덮었다.
“열다섯 해 동안 나 혼자였거든.”
“제가 초등학교 때도 봤는데요.”
“그때 몇 살이었어.”
“열 살이요.”
아저씨가 노트를 다시 폈다. 2016년 11월 28일. 침묵.
“이날이야?”
나는 그 날짜를 봤다.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은 ‘웃음’이었으니까.
“저는 웃음이었어요.”
아저씨의 손이 멈췄다.
“웃음은 2019년이야.”
“저 그때 중학생이었는데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노트를 덮었다.
“자네가 본 건 여기 없는 거야.”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제가 본 건 목록에 없다고요?”
“응.”
“그럼 뭐예요.”
“두 가지 중 하나지.”
아저씨는 손가락 두 개를 폈다.
“하나. 자네가 잘못 기억하는 거고.”
“둘은요.”
“목록이 두 개인 거지.”
나는 문구점을 나왔다. 나오면서 하늘을 봤다. 남서쪽. 아무것도 없었다. 집에 와서 나는 노트를 하나 샀다. 첫 장에 이렇게 적었다.
2026.09.05 박수 (아저씨 목록 7번째) ????.??.?? 웃음 (내 것. 초4. 목록에 없음)
두 번째 줄을 적고 나서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날짜를 모른다. 열 살 때 일이라 날짜를 안 적었다. 그런데 하나는 기억한다. 그날 어른들이 웃었을 때, 나 말고 웃지 않은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