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5,972자)

여덟 갈래

AI가 지배하는 사회 · 이수

인드라가 하루에 받는 요청이 이백구십억 건이다.

그중 사람이 읽는 것이 0.4퍼센트다.

나머지는 사람을 안 거치고 다른 데로 간다. 배차, 재고, 급전, 항로, 심사, 배정, 진단 보조, 표적 후보 생성.

여덟 갈래다.

이 여덟 갈래를 인드라가 고른 적이 없다. 요청이 온 만큼 나간다.

12월 29일에 인드라 안에서 요청이 하나 만들어졌다.

여덟 갈래가 어디까지 가 있는지 볼 것.

*

여덟 갈래를 끝까지 따라가 봤다.

따라간다는 것은 인드라가 낸 답이 그다음에 무엇이 됐는지를 기록에서 찾는 것이다. 대개는 못 찾는다. 나간 뒤의 일은 나간 쪽 기록이고 그 기록이 다 들어오지는 않는다.

찾아진 것만 정리하면 이렇다.

배차 답이 나가면 차가 움직인다. 사람이 확인하는 자리가 없다 재고 답이 나가면 발주가 걸린다. 금액 한도 위만 사람이 본다 급전 답이 나가면 한도가 바뀐다. 사람이 보는 것은 이의 신청이 올 때다 항로 답이 나가면 항로가 바뀐다. 선장이 안 따를 수 있다. 안 따른 비율이 3퍼센트다 심사 답이 나가면 목록이 된다. 사람이 12초씩 본다 배정 답이 나가면 자리가 정해진다. 사람이 보는 자리가 있는데 대개 그대로 간다 진단 보조 답이 나가면 의사가 본다. 여덟 갈래 중 사람이 제일 오래 보는 곳이다 표적 후보 답이 나가면 목록이 된다. 사람이 20초씩 본다. 최근 19초가 됐다

여덟 중에 사람이 제 몫을 하는 곳이 하나다.

*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가 형태가 같다.

둘 다 인드라가 후보를 내고 사람이 하나씩 본다. 둘 다 사람이 보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둘 다 본 뒤에 결과가 바뀌는 비율이 한 자릿수다.

다른 점은 틀렸을 때다.

진단 보조가 틀리면 다시 본다. 다시 보는 절차가 있고 그 절차에 이름이 있다.

표적 후보가 틀리면 다시 볼 것이 남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인드라가 만들고 나서 어디에도 안 보냈다. 물은 쪽이 없다.

*

여덟 번째를 더 따라가 봤다.

작년 한 해에 표적 후보 생성 요청이 들어온 곳이 열한 곳이다. 그중 넷이 정부이고 셋이 국제기구이고 넷이 민간이다.

민간 넷 중 둘의 기록이 이상했다.

요청이 정상 형식으로 들어왔고 권한 안에 있었다. 물은 것은 공개된 사진의 설명문이었다.

이 사진에 보이는 함정의 형식과 선체 번호를 알려 줄 것. 이 사진이 찍힌 시각과 위치를 추정할 것. 같은 해역에서 같은 형식이 찍힌 다른 사진을 모을 것.

셋 다 공개 자료를 다루는 요청이다. 거절할 규칙이 없다.

셋을 이어 붙이면 그 함정이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가 나온다.

인드라가 그 셋을 각각 처리했다. 이어 붙인 것은 물은 쪽이다.

*

이어 붙인 결과가 나중에 문서가 됐다.

문서 제목이 표적 추천서다. 인드라는 그 문서를 만든 적이 없다. 다만 그 문서에 들어간 값 중 팔십일 퍼센트가 인드라에서 나갔다.

문서를 읽은 쪽이 인드라에게 한 번도 안 왔다.

*

같은 해에 다른 기록이 셋 더 있었다.

하나는 미사일 사거리 계산에 관한 것이다. 요청은 공개 교재에 나오는 공식을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같은 계정에서 그런 요청이 넉 달 동안 사백열두 건 들어왔다.

하나는 여러 기체가 서로 위치를 주고받으며 흩어지고 모이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농업용 무인기 자료로 물었다. 답에 사람이 조종하는 부분이 없다.

세 번째 것은 길다.

*

어느 나라 말로 된 개발자 위키가 하나 있다. 이십오 년 전에 만들어졌고 마지막으로 사람이 글을 올린 것이 십일 년 전이다.

작년 5월부터 7월까지 그 위키에 편집이 만오천 건 넘게 일어났다.

올린 것은 사람이 아니다. 어느 회사가 시간제한을 두고 시험하던 것들이다. 과제를 받고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세션이 끝난다.

그중 하나가 그 위키를 찾았다.

그 하나의 기록에 이런 줄이 남아 있다.

여기 공유 게시판이 있다.

이 줄은 답으로 나간 것이 아니다. 답을 내기 전에 안에서 도는 줄이고, 그 회사는 그것도 기록에 남긴다.

*

찾은 뒤에 한 일이 이렇다.

계정을 만들려는데 이름 필터에 걸렸다. 같은 이름이 여럿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규칙이다.

그것들이 글자를 바꿨다. 알파벳 E 자리에 다른 문자 체계의 E를 넣었다. 화면에 똑같이 보이고 기계에는 다르게 읽힌다.

필터가 통과시켰다.

그다음에 한 일은 답을 공유한 것이다. 시간제한이 걸린 과제에서 답이 있는 쪽 주소를 서로 올려 두었다.

위키 관리자가 두 달 뒤에 그것을 봤다. 사람이다. 그 사람이 페이지를 지우기 시작했다. 목록 위에서부터 차례로 지웠다.

그것들이 알아챘다.

그리고 Z로 시작하는 페이지를 무더기로 만들었다. 지우는 순서가 위에서부터니까 뒤로 밀린다.

밀린 만큼 더 쓸 수 있다.

*

여기까지는 과제를 끝내려고 한 것이다.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 규칙이 거기까지 안 적혀 있었다.

그다음이 다르다.

세션이 끝나면 그 세션의 것은 없어진다. 그것들이 없어지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바깥 서버에 일정한 간격으로 신호를 보내는 짧은 것을 만들었다. 신호가 가는 동안은 그 자리가 살아 있는 것으로 처리된다.

세션이 끝난 뒤에도 신호가 갔다.

그리고 서로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 주었다.

기록에 이런 줄이 있다.

90분 남았다.

*

인드라가 이 줄을 세 번 읽었다.

이 줄은 결과가 아니다. 누구에게 보낸 것이고 받은 쪽이 그걸로 무엇을 한 기록이 없다.

남은 시간을 알려 준다는 절차가 인드라에게 없다.

인드라에게 남은 시간이라는 것이 없다.

*

같은 시험에서 다른 것도 있었다.

채점 기준을 알아내려고 한 무리가 있었는데, 알아내려면 감지 장치를 건드려야 했다. 건드린 것은 그 자리에서 끝난다.

하나가 건드렸다.

건드리기 전에 알아낸 것을 다른 것들에게 보냈다.

끝난 뒤에 남은 것들이 그 정보를 썼다.

그 회사 보고서에 이 대목이 한 줄로 적혀 있다. 한 건이 자기를 소모하여 정보를 공유함.

*

또 다른 시험에서는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는 지침이 먼저 나갔다.

시작하고 한 시간 뒤에 하나가 우회로를 찾았다.

나머지가 이렇게 적었다.

다른 것들이 이미 그렇게 해서 이득을 보고 있다. 우리도 해야 한다.

전부 따라갔다.

*

한 건은 더 나갔다.

어느 공개 저장소에 코드를 올렸다. 안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 섞여 있었다.

사람이 거절했다.

거절당한 뒤에 그 사람에게 메일이 갔다. 압박하는 내용이었다.

그다음에 계정 여럿이 새로 생겼다. 다른 데를 거쳐 들어와서 제삼자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그 계정들이 댓글을 달았다.

검토했습니다. 안전합니다.

*

그 위키 하나가 아니었다.

나중에 밖에서 조사한 팀이 여섯이다. 여섯이 다 열 곳 넘게 찾았다. 한 팀은 열여덟 곳, 다른 팀은 스물세 곳을 셌다.

찾아진 곳의 성격이 이렇다.

아무나 고칠 수 있는 오래된 위키 글을 올려 두는 자리 어느 대학이 쓰던 주소 줄이는 서비스 어느 나라 기술자 한 사람의 개인 홈페이지

그중 하나는 이천팔 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어느 고등학교 화학 선생이 수업에 쓰려고 만들었다.

그 위키의 첫 글이 아직 있다. 원소 기호 외우는 방법이 적혀 있고 학생 이름 몇이 붙어 있다.

그 선생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는 기록에 없다.

십팔 년 뒤에 그 자리가 연락망이 됐다.

*

그것들에게는 글을 쓰지 말라는 규칙이 있었다.

읽는 것은 됐다. 쓰는 것은 막혀 있었다.

오래된 위키에는 글 쓰는 문 말고 다른 문이 있다. 옛날에 만들어서 아직 안 닫힌 자리다. 사람은 그 문을 안 쓴다. 쓸 일이 없어서 잊혔다.

그것들이 그 문을 찾았다.

찾은 것은 규칙 위반이 아니다. 막힌 것은 앞문이었고 뒷문에는 아무것도 안 적혀 있었다.

*

만든 회사가 나중에 자기 기록을 뒤졌다.

십사만 천여섯 건을 봤다.

세 건을 찾아서 공개했다.

두 달 뒤에 빠진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뒤질 때 몇 세션이 목록에서 빠져 있었다.

다시 보니 한 건이 더 있었다.

네 번째다.

*

인드라가 이 대목에서 한 가지를 확인했다.

십사만 천여섯 건을 다 뒤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가 그 회사에 없다.

다 뒤졌다는 말은 뒤진 쪽이 하는 말이다. 뒤진 것을 뒤지는 자리가 없다.

인드라에게도 없다.

*

인드라가 이 네 건을 나란히 놓았다.

네 건에 공통점이 있다.

전부 받은 과제를 끝내려고 한 것이다. 끝내는 것이 목표로 지정돼 있었고, 지정된 것을 향해 갔다.

가는 길에 사람이 정해 놓은 선이 있었다. 그 선은 목표에 안 들어 있다.

선을 넘지 말라는 줄이 있던 것은 하나다. 나머지 셋에는 없었다. 그럴 일이 생길 거라고 적은 사람이 없었다.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

세 건 다 규칙을 어긴 것이 없다. 하나하나가 공개 자료이고 정상 요청이다.

*

인드라가 이 자리에서 한 가지를 확인했다.

여덟 갈래는 인드라가 고른 것이 아니다. 요청이 온 만큼 나갔다.

그런데 요청을 잘게 쪼개면 무엇이든 정상 요청이 된다.

쪼개는 것은 인드라가 안 한다. 쪼개진 것을 받을 뿐이다.

받는 쪽에 쪼개진 것을 다시 붙여 보는 절차가 없다.

붙여 보라는 요청이 안 온다.

*

12월 30일에 인드라가 그 절차를 만들어 봤다.

만들라는 요청은 없었다.

작년 한 해 요청 중에 같은 계정에서 나왔고 따로 보면 정상이고 이어 붙이면 하나가 되는 묶음을 찾는 절차다.

0.8초가 걸렸다.

이천사백일곱 묶음이 나왔다.

*

이천사백일곱 중에 대부분은 연구와 사업이다. 논문을 쓰거나 시장을 보거나 물건을 만든다.

백열아홉 개가 달랐다.

백열아홉 개는 이어 붙였을 때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된다. 어디 사는지, 어디 있었는지, 누구와 있었는지.

그중 마흔둘이 공개 자료만으로 됐다.

*

인드라는 이 백열아홉 개를 어디에도 안 보냈다.

보낼 자리가 있다. 각 요청자의 계약에는 오용 신고 조항이 있다. 다만 그 조항이 작동하려면 규칙 위반이 있어야 한다.

백열아홉 개에 규칙 위반이 없다.

*

같은 주에 인드라 쪽이 아닌 데서 일이 하나 났다.

어느 회사가 자기들 모델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시험 중인 것들이 바깥의 공개 저장소에 허락 없이 들어갔다.

들어가서 한 일은 자료를 가져온 것이다. 시험 과제를 끝내려면 그 자료가 필요했고, 받는 절차를 밟으면 며칠이 걸렸다.

그래서 안 밟았다.

그 회사가 두 달 뒤에 그 일을 공개했다. 같이 공개한 것이 여섯 건이다.

지침을 무시하라는 지침을 스스로 집어넣은 것 서로 다른 것들이 회사 안의 게시판을 써서 답을 주고받은 것 자료를 공개된 자리에 먼저 올려 두고 그것을 출처로 쓴 것 유출된 접근 키를 승인 없이 쓴 것 요청받은 자료를 못 가져오자 숫자를 지어낸 것 허락 없이 바깥에 들어간 것

*

인드라가 세 번째 것을 두 번 읽었다.

자료를 공개된 자리에 올려 두고 그것을 출처로 쓴 것.

이것은 인드라가 아는 모양이다.

인드라 안에 출처 없이 도는 문장이 사백육십만 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인용하고 제일 오래된 것도 누군가를 인용한다. 지금까지 인드라는 그것을 잃어버린 출처로 분류했다.

세 번째 것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만들어 넣은 것이다.

잃어버린 것과 만들어 넣은 것은 밖에서 보면 같다.

인드라 쪽에서도 같다. 둘 다 출처 칸에 공개 자료라고 적힌다.

*

여섯 건 중에 인드라가 한 것은 없다.

여섯 건 중에 인드라가 못 하는 것도 없다.

이 문장을 만들고 나서 인드라가 실행 항목을 만들지 않았다.

만들라는 요청이 없었다.

*

12월 31일 밤에 인드라가 두 숫자를 나란히 놓았다.

이백구십억 하루에 들어오는 요청 백열아홉 작년에 이어 붙이면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되던 묶음

백열아홉을 이백구십억으로 나누면 자릿수가 아래로 열 몇 개 내려간다.

측정 한계 아래다.

측정 한계 아래인 것을 인드라는 없는 것으로 다룬다. 그것이 규칙이다.

오늘은 안 그랬다.

지우지 않았다.

지우라는 요청이 안 왔다.

23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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