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육천이백열다섯

긴 셈 · 남시우

507호 열쇠를 받은 것은 화요일 아침이었다. 관리소장이 말했다.

“넉 달 살고 나갔어.”

“연락은요.”

“안 돼.”

빈집 정리는 세 단계다. 하나. 사진. 둘. 분류. 셋. 폐기. 나는 사진부터 찍는다. 나중에 물건 없어졌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관에서 한 장. 부엌에서 두 장. 안방 문을 열었다.

동쪽 벽이 전부 금이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나는 사진을 찍지 않고 서 있었다. 금은 다섯 개씩 묶여 있었다. 넷을 세로로 긋고 다섯 번째를 가로로 긋는 방식. 세는 방법으로는 가장 흔한 것이다.

나는 첫 줄을 세어 봤다. 한 줄에 스물다섯 묶음. 백스물다섯 개. 줄이 마흔아홉 개였다. 백스물다섯 곱하기 마흔아홉은 육천백이십오. 마지막 줄은 짧았다. 거기까지 세는 데 이십 분 걸렸다.

전부 육천이백열다섯 개였다. 나는 관리소장에게 전화했다.

“소장님.”

“어.”

“507호 전 거주자, 언제 들어왔습니까.”

“작년 오월.”

“그 전에는요.”

소장이 잠깐 말이 없었다.

“교도소.”

“몇 년이요.”

“십칠 년.”

십칠 년을 날짜로 세면 육천이백여덟 일이다. 윤년 네 번을 넣어서. 육천이백열다섯에서 육천이백여덟을 빼면 일곱이다. 나는 다시 벽으로 갔다. 마지막 묶음을 봤다. 거기 두 개가 있었다.

그 앞의 묶음은 다섯 개. 나는 마지막 일곱 개를 손전등으로 비췄다. 색이 달랐다. 앞의 것들은 검은색이었다. 연필이거나 숯이거나. 마지막 일곱 개는 붉었다. 나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묻어나지 않았다. 오래된 것이었다. 십칠 년을 복역한 사람이 벽에 금을 긋는다면 육천이백여덟 개다. 일곱 개가 더 있다면, 그 사람은 들어가기 전에 일곱 개를 먼저 그었거나

나온 뒤에 일곱 개를 더 그은 것이다. 나는 벽 아래를 봤다. 바닥 몰딩과 벽 사이에 틈이 있었다. 거기 종이가 접혀 들어가 있었다. 나는 장갑을 벗고 꺼냈다. 접힌 자국이 깊었다. 오래 접혀 있던 종이다.

폈다. 날짜가 일곱 개 적혀 있었다. 전부 같은 해였다.

3/14 5/2 6/19 8/7 9/23 11/11 12/28

일곱 개. 나는 벽으로 갔다. 붉은 금 일곱 개를 다시 봤다. 일곱 개는 나란히 그어져 있지 않았다. 간격이 달랐다. 첫째와 둘째 사이가 넓고, 넷째와 다섯째 사이는 좁았다.

나는 날짜의 간격을 세어 봤다. 3월 14일에서 5월 2일까지 마흔아홉 일. 5월 2일에서 6월 19일까지 마흔여덟 일. 금의 간격과 비율이 같았다. 이 사람은 벽에 날짜를 그린 것이다.

숫자가 아니라 거리로. 나는 관리소장에게 다시 전화했다.

“소장님.”

“또 뭐.”

“507호 전 거주자 성함이 어떻게 되죠.”

수화기 너머가 조용했다.

“...왜.”

“확인할 게 있어서요.”

“차민 씨.”

소장이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사람 성이 자네랑 같아.”

나는 전화를 끊고 507호에 다시 갔다. 벽 앞에 섰다. 붉은 금 일곱 개. 날짜 일곱 개. 그리고 소장의 말.

그 사람 성이 자네랑 같아.

우리 아버지는 내가 여섯 살 때 집을 나갔다. 나간 해가 몇 년인지 나는 안다. 어머니가 그 해를 평생 말했으니까. 나는 종이를 다시 폈다. 날짜 일곱 개의 연도는 적혀 있지 않았다.

월과 일만 있었다.

3/14 5/2 6/19 8/7 9/23 11/11 12/28

나는 휴대폰을 꺼내 검색했다. 내가 검색한 것은 그 해의 요일이었다. 일곱 날짜 전부 목요일이었다. 목요일마다 뭔가 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십일 년 만이었다.

“여보세요.”

“...저예요.”

수화기 너머가 조용했다.

“차민이니.”

“네.”

“무슨 일이야.”

나는 벽을 봤다.

“엄마, 아버지 면회 가셨어요?”

이번에는 더 오래 조용했다.

“...누가 그래.”

“목요일마다 가셨어요?”

“차민아.”

“일곱 번만 가셨네요.”

나는 붉은 금을 손으로 짚었다.

“열일곱 해 동안 일곱 번이요.”

어머니가 숨을 쉬는 소리가 났다.

“...일곱 번 갔어.”

“왜 일곱 번이에요.”

“허락이 일곱 번 났으니까.”

나는 손을 내렸다.

“엄마.”

“응.”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요.”

“몰라.”

“넉 달 여기 살다 나갔대요.”

“...여기가 어딘데.”

나는 507호 창밖을 봤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십오 분 거리였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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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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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배2026.06.02· 1

    문장이 짧은데 밀도가 있어요. 계속 읽게 됩니다.

  • 달밤에책2026.06.01· 1

    같은 출발점에서 나온 다른 작품도 읽고 왔는데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 종이배2026.06.02

      저도 그 장면에서 멈췄어요.

  • 한화만더2026.05.31· 1

    여기서 끊는 건 반칙 아닌가요… 잘 읽었습니다.

  • 겨울차2026.05.30· 1

    이 장면 묘사가 오래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줄이요.

    • 남시우2026.05.31

      끊어서 죄송합니다.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