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일곱 정거장 남음
마지막 칸 · 남시우
열차는 오후 세 시 사십일 분에 첫 번째 정거장을 통과했다. 서지 않았다. 나는 그때 4호차에 있었다. 정차 안내 방송을 하려고 마이크를 들었는데, 열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승객 여러분, 잠시—“
말이 끝나기 전에 뒤쪽에서 소리가 났다. 8호차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우리 열차 문은 공압식이다. 닫힐 때 소리가 짧다. 푸시식, 하고 끝난다. 그 소리가 아니었다. 무거운 것이 내려앉는 소리였다.
나는 뒤로 갔다. 7호차까지 갔다. 8호차로 가는 연결문에 손을 댔다. 잠겨 있었다. 유리 너머는 어두웠다. 조명이 꺼져 있었다. 그 안에 사람이 있었다. 두 명이었다. 앉아 있었다.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한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나를 봤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내렸다. 3호차의 남자가 뒤에서 말했다.
“두 번째 정거장에서 7호차도 잠깁니다.”
나는 돌아봤다.
“...뭐라고요.”
“규칙이에요.”
남자는 손에 든 종이를 보여 줬다. 노선도였다. 좌석 안내 뒤에 인쇄된 것.
“정거장 여덟 개, 칸 여덟 개.”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삼 초쯤 걸렸다.
“지날 때마다 하나씩요?”
“네.”
세 시 오십육 분. 두 번째 정거장까지 십사 분. 나는 마이크를 들었다.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내 목소리가 스피커로 나갔다. 구 년 동안 하루에 열몇 번씩 한 일이다.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 8호차 출입이 제한되었습니다. 7호차에 계신 분들은 6호차 이하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해서 안내드립니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7호차 승객은 열아홉 명이었다. 6호차는 이미 스물한 명이었다. 한 칸 정원은 좌석 마흔넷, 입석 포함 예순. 물리적으로는 다 들어간다.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려 하는 것은 다르다. 6호차 사람들이 연결문 앞에 섰다.
“잠깐만요.”
누가 말했다.
“여기 이미 꽉 찼어요.”
나는 그 사람을 봤다. 6호차에는 빈자리가 열 개 넘게 있었다. 세 시 오십팔 분.
“열두 분 남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안내했다.
“열두 분만 이동하시면 됩니다.”
숫자를 말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협조한다. 구 년 동안 배운 것이다. 열아홉 명 중에 열여섯 명이 넘어갔다. 세 명이 남았다. 네 시 이 분. 두 번째 정거장 표지가 창밖으로 지나갔다.
7호차 문이 닫혔다. 나는 그 안을 봤다.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나를 보고 손을 들었다. 인사였다. 나는 마이크를 내리지 못했다. 스피커가 켜져 있었다. 내 숨소리가 여섯 칸에 전부 나갔다.
마이크를 내린 것은 그 뒤 십 초쯤 지나서였다. 3호차의 남자가 다가왔다.
“방송 켜져 있었습니다.”
“압니다.”
“다들 들었어요.”
“압니다.”
나는 마이크를 거치대에 걸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도민입니다.”
“도민 씨.”
나는 노선도를 받아 들었다.
“남은 정거장이 여섯입니다.”
“네.”
“칸은 여섯이고요.”
“네.”
“그러면 마지막 정거장에서는 한 칸이 남습니다.”
도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계산은 그도 이미 했을 것이다. 한 칸 정원은 예순이다. 지금 승객은 예순둘이다.
“두 사람이 남습니다.”
내가 말했다.
“승무원까지 하면 세 사람이고요.”
도민이 나를 봤다.
“승무원은 빼셔야죠.”
“왜요.”
“업무 중이시잖아요.”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삼 초쯤 생각했다. 그리고 이해했다.
“저를 세지 말라는 말씀입니까.”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런 뜻입니다.”
나는 노선도를 접었다.
구 년 동안 나는 이 노선을 몰았다. 정확히는 안내했다. 안내하는 사람은 자기 자리를 세지 않는다. 좌석표에 승무원 자리는 없으니까.
그게 습관이 되면, 남들도 세지 않는다.
“도민 씨.”
“네.”
“다음 정거장까지 십일 분입니다.”
“네.”
“6호차 사람 스물한 명 중에 열 명을 5호차로 옮기겠습니다.”
“왜요. 아직 6호차는 안 잠기는데요.”
“미리 옮기면 마지막에 한 번에 안 옮겨도 되니까요.”
나는 마이크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순서를 지금 정하겠습니다.”
“누가 정하는데요.”
나는 마이크를 켰다.
“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