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열네 번째 방

열다섯 개의 문 · 남시우

열네 번째 방은 가로 아홉 걸음, 세로 여섯 걸음이다. 높이는 손뼘으로 열일곱. 내 손뼘은 십팔 센티미터니까 삼백육 센티미터. 이 방에 온 지 사흘이 됐다. 십오 년 동안 나는 열네 개의 방을 지났다.

첫 방은 가로 넷, 세로 넷이었다. 정사각형이었다. 두 번째 방은 가로 여섯, 세로 셋. 세 번째 방은 가로 다섯, 세로 다섯. 나는 이것을 전부 벽에 적어 왔다. 적을 것이 없어서 적는 것이 아니다.

방의 크기가 바뀐다는 것은 이 공간이 설계되었다는 뜻이고, 설계되었다면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목적이 있으면 끝도 있다. 십오 년 전에 나는 측량 기사였다. 땅을 재는 일이었다. 재는 사람은 결국 경계를 정하는 사람이다. 여기까지가 네 땅이고 여기부터는 남의 땅이다.

나는 그 일을 십일 년 했다. 갇힌 이유는 모른다. 물어볼 사람이 없다. 하루에 한 번 아래쪽 구멍으로 식판이 들어온다. 손만 보인다. 장갑을 낀 손. 왼손잡이다. 십오 년 동안 왼손이었다.

같은 사람이다. 첫 삼 년은 소리쳤다. 다음 삼 년은 세었다. 그다음부터는 쟀다. 열네 개 방의 가로 합은 여든셋 걸음. 세로는 방마다 다르지만, 순서대로 배열하면 하나의 직사각형이 된다.

나는 그것을 열한 번째 방에서 알아냈다. 직사각형이라는 것은 이 방들이 한 건물 안에 있다는 뜻이다. 건물은 유한하다. 유한하면 끝이 있다. 문제는 열네 번째 방이다. 가로 아홉, 세로 여섯.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이 방을 앞의 열세 개에 붙이면 직사각형이 되지 않는다. 세로가 두 걸음 남는다. 두 걸음이면 백육십 센티미터쯤이다. 나는 사흘 동안 그 두 걸음을 찾았다.

벽을 전부 두드렸다. 바닥도. 찾은 것은 벽이 아니었다. 동쪽 벽 아래, 바닥에서 손뼘 두 개 높이. 거기 글씨가 있었다. 내 글씨가 아니었다. 나는 십오 년 동안 열네 개 방의 벽에 글씨를 썼다. 못으로 긁었다. 내 글씨를 나는 안다.

이건 달랐다. 더 오래됐다. 글씨는 짧았다.

나는 스물두 번째 방까지 갔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스물두 번째. 열다섯 개가 아니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셈을 다시 했다. 일 년에 하나씩, 스물두 개면 스물두 해다. 나는 십오 년째다. 남은 것이 하나가 아니라 여덟이다.

여덟 해. 나는 그 숫자를 벽에 적지 않았다. 적으면 진짜가 될 것 같아서. 대신 다른 것을 적었다.

이 글씨를 쓴 사람은 나가지 못했다

나가지 못했으니까 여기에 글씨가 남아 있는 것이다. 나갔다면 지웠을 것이다. 그날 저녁 식판이 들어왔다. 왼손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 손을 잡았다. 십오 년 만이었다. 손은 놀라지 않았다.

빼지도 않았다. 내가 놓을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구멍이 닫혔다. 나는 손바닥을 봤다. 거기 종이가 한 장 있었다. 접혀 있었다. 나는 그것을 폈다. 종이는 얇았다. 담뱃갑 속지 같은 것.

글씨는 연필이었다.

스물두 번째 방에는 문이 없다

나는 그 문장을 다섯 번 읽었다. 문이 없다는 것은 두 가지 뜻이다. 하나. 거기서 끝난다. 둘. 거기서는 나가는 방식이 다르다. 나는 벽으로 갔다. 십오 년 동안 적어 온 숫자들을 봤다.

방 하나하나의 가로와 세로. 열네 개를 붙이면 두 걸음이 남는다. 나는 그 두 걸음을 다시 계산했다. 이번에는 스물두 개를 가정하고 계산했다. 여덟 개를 더 붙이면 무엇이 되는지.

방의 크기가 지금까지의 규칙을 따른다면, 가로는 계속 늘고 세로는 계속 준다. 스물두 번째 방의 세로는 영에 가까워진다. 폭이 없는 방. 나는 못을 들었다. 벽에 처음으로 숫자가 아닌 것을 적었다.

나는 스물두 번째 방까지 가지 않는다

적고 나서 나는 동쪽 벽 아래를 다시 봤다. 앞사람의 글씨 옆에 빈 자리가 있었다. 거기 적을 자리를 남겨 둔 것처럼 보였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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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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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배2026.05.21· 1

    조용한데 계속 긴장돼요. 이런 톤 좋아합니다.

  • 달밤에책2026.05.20· 1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을 만들어 주네요.

    • 종이배2026.05.21

      저도 그 장면에서 멈췄어요.

  • 한화만더2026.05.19· 1

    이 작가님 다른 작품도 찾아 읽는 중입니다.

  • 겨울차2026.05.18· 1

    설정이 과하지 않게 깔려서 편하게 따라갔습니다.

    • 남시우2026.05.19

      끊어서 죄송합니다.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