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눈이 그친 아침에

아직 하지 않은 말 · 한도윤

눈이 그친 아침이었다.

밤새 내린 눈이 나루의 지붕들을 고르게 덮어 놓아서, 도시는 실제보다 조금 낮아 보였다. 강은 얼지 않았다. 이 강은 얼지 않는다. 상류의 윗재에서 흘러와 돌여울을 지나 여기 나루에서 넓어지는 동안 물이 한 번도 쉬지 않기 때문이라고, 예전에 누군가 임도경에게 설명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말이 그럴듯했다.

임도경은 나루로 들어오는 다리 위에서 한 번 멈췄다.

십 년 만이었다.

다리는 그대로였다. 난간의 세 번째 기둥이 조금 기울어 있는 것도 그대로였고, 그 기둥에 누군가 칼끝으로 그어 놓은 금 세 개도 그대로였다. 임도경은 그 금을 손끝으로 만졌다. 눈이 묻어 나왔다.

익숙한 자리인데 익숙한 감각이 오지 않았다.

그런 순간이 있다. 눈은 알아보는데 몸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순간. 다만 임도경의 경우에는 반대였다. 몸이 먼저 알아보고, 머리가 나중에 도착했다. 손끝이 기둥의 금 세 개를 정확히 찾아간 것을 알아차린 것은 이미 만지고 난 뒤였다.

그게 오늘 아침의 첫 번째 문제였다.

숨을 한 번 내쉬었다. 하얗게 흩어졌다가 사라졌다.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래 걸렸다. 오래 걸렸다는 사실보다, 오는 동안 한 번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게 더 마음에 걸렸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객잔이다. 강나루. 간판은 새로 칠해져 있었다.

임도경은 문을 열었다.

안은 따뜻했다. 아침 장사가 끝나 가는 시간이라 손님은 셋뿐이었다. 창가에 앉은 노인 하나가 국수를 앞에 두고 졸고 있었고, 가운데 상에는 표국의 짐꾼 둘이 마주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세고 있었다.

"그러니까 열둘이라고요."

"열하나요."

"열둘입니다. 어제 제가 셌습니다."

"어제 형님이 세셨죠. 그리고 어제 형님이 취하셨죠."

"취한 사람이 세면 더 정확합니다. 헷갈릴 여유가 없거든요."

임도경은 그 앞을 지나 안쪽으로 걸었다. 짐꾼 둘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주방 쪽에서 사람이 나왔다.

"오셨네요."

서가람이었다.

임도경은 돌아섰다.

서가람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손에는 젖은 행주가 들려 있었고, 그 행주를 놓지 않은 채로 문가에 섰다.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자리였다. 그 자리를 고른 것 자체가 대답 같았다.

"오래됐습니다." 임도경이 말했다.

"오래됐죠. 오래됐고요. 그러니까." 서가람이 행주를 다른 손으로 옮겼다. "그 사이에 여기 지붕을 두 번 갈았습니다. 한 번은 그냥 낡아서 갈았고, 한 번은 재작년 가을에 바람이 아주 크게 왔을 때 갈았는데, 그때 윗재 쪽에서 기와를 실어 오다가 배가 한 번 뒤집혀서, 그러니까 결국 돌여울에서 사 왔습니다. 돌여울 기와가 조금 무겁긴 한데."

"그렇습니까."

"무겁습니다. 그런데 무거우면 안 날아갑니다."

서가람의 말은 길어질수록 요점에서 멀어졌다. 예전에도 그랬다. 다만 예전에는 그 끝에서 결국 요점이 나왔고, 지금은 나오지 않았다.

임도경은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과 물러서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 지 오래됐다.

"앉으세요." 서가람이 말했다. "국수 하실래요?"

"주십시오."

주방으로 들어가는 서가람의 등을 보면서, 임도경은 벽을 봤다.

객잔의 안쪽 벽에는 나무패가 걸려 있다. 이 집을 거쳐 간 표국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두는 판이다. 죽은 사람의 이름은 뒤집어 걸고, 그만둔 사람의 이름은 내린다. 십 년 전에는 그 판에 이름이 열아홉 개 있었다.

지금은 스물세 개였다.

임도경은 그 스물세 개를 왼쪽 위에서부터 읽었다. 세 번째 줄에서 멈췄다.

임도경.

자기 이름이 걸려 있었다. 뒤집히지 않은 채로.

그다음 칸에도 임도경이 있었다.

같은 이름이 두 번. 나란히.

앞의 것은 획이 굵고 끝이 눌려 있었다. 뒤의 것은 가늘고 곧았다. 같은 사람이 쓴 글씨가 아니었다.

임도경은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국수 나왔습니다."

서가람이 상에 그릇을 놓았다. 임도경은 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저 판."

"아, 그거요." 서가람의 목소리가 반 박자 늦게 나왔다. "그거 제가 다시 쓴 겁니다. 재작년에 지붕 갈면서 판도 같이 갈았거든요. 옛날 판이 너무 상해서. 옮겨 적다 보면 손이 어긋날 때가 있는데."

"두 번 적혀 있습니다."

"…그렇네요."

"둘 다 접니까."

서가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으로 대답이 됐다.

문이 열렸다. 찬 바람이 들어왔고, 졸던 노인이 잠깐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들어온 사람은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장부와 붓통을 들었고, 신을 털고 나서야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눈을 안까지 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정후입니다." 그가 임도경에게 인사했다. "나루 표국에서 장부를 봅니다. 도착하셨다는 말을 다리 지키는 사람에게 들었습니다."

"빠르십니다."

"빠른 게 아니라, 다리가 하나뿐입니다."

오정후는 정중했다. 정중한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그는 상 옆에 서서 장부를 펼쳤고, 붓에 먹을 묻히지 않은 채로 첫 장을 넘겼다.

"들어오시는 분은 이름과 온 곳을 적습니다. 형식입니다."

"임도경. 윗재에서 왔습니다."

붓이 멈췄다.

아주 짧게.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그런데 임도경은 눈치챘다.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쪽이라서 그렇다.

"윗재요." 오정후가 말했다.

"예."

"윗재 어디쯤에서."

"산 쪽입니다."

"…산 쪽." 오정후가 그 말을 한 번 되뇌고 나서 적었다. 다 적고 나서 붓을 내려놓았다. "십 년 전에도 같은 걸 적어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때는 나가시는 쪽이었습니다."

객잔 가운데 상에서 짐꾼 둘이 여전히 다투고 있었다. 열둘이라고, 열하나라고. 그 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있어서 오히려 이쪽의 침묵이 잘 들렸다.

"오정후 어른." 서가람이 끼어들었다. 말이 조금 빨랐다. "저 사람은 오늘 아침에 막 왔습니다. 밥도 아직 다 안 먹었고요. 장부는 내일 적어도 되지 않습니까. 아니, 장부라는 게 원래 그날 안에만 적으면 되는 거고, 오늘은 아직 안 끝났고, 그러니까."

"그날 안에 적습니다." 오정후가 부드럽게 말했다. "지금이 그날 안입니다."

서가람이 입을 다물었다.

오정후는 장부를 덮었다. 덮고 나서, 덮은 것을 한 번 더 눌렀다.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검을 아직 가지고 계십니까."

"예."

"몇 번째 장까지 하십니까."

이곳에는 지켜지는 규칙이 하나 있다. 임도경도 알고 서가람도 알았고, 오정후는 더 잘 알았다.

강을 낀 세 도시는 표국 세 곳이 나누어 지킨다. 윗재, 돌여울, 나루. 세 표국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다투지 않는 이유는 우애가 아니라 셈이다. 세 곳 중 어디에도 검을 아홉 번째 장까지 익힌 사람이 둘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하나면 균형이고, 둘이면 무게가 기운다.

십 년 전에 나루의 그 하나가 죽었다.

"여덟까지 합니다." 임도경이 말했다.

"여덟."

"예."

"그러시군요." 오정후가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형식입니다."

그가 나가고 문이 닫힌 뒤에도 서가람은 한참 행주를 쥐고 서 있었다.

"저 사람은," 서가람이 말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렇습니다. 나쁜 뜻은 없습니다. 장부 보는 사람이라 그런 겁니다. 숫자를 오래 보면 사람도 숫자처럼 물어보게 되고, 그게 무례해 보이는데 사실은."

"가람아."

서가람이 멈췄다.

십 년 만에 그 이름을 불렀다. 임도경이 짧게 끊어 말하는 사람이라는 걸 서가람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 짧은 두 마디가 얼마나 긴 말인지도 알았다.

"국수 식습니다." 서가람이 말했다.

임도경은 국수를 먹었다. 맛있었다. 예전에 자기가 끓이던 것과 국물이 달랐는데, 지금 것이 더 나았다.

그게 오늘 아침의 두 번째 문제였다.

가운데 상에서 결론이 났다.

"열하나 맞습니다." 젊은 쪽이 말했다. "형님, 여기 보십시오. 열둘째 궤짝은 우리 게 아닙니다. 겉에 찍힌 표가 다릅니다."

"…어디 거냐."

"윗재요."

"윗재 게 왜 우리 창고에 있어."

"모르죠. 오래된 겁니다. 먼지가 이만큼 앉았는데요."

"얼마나 오래된 건데."

젊은 쪽이 궤짝의 밑면을 뒤집어 봤다. 뒤집는 데 힘을 좀 썼다.

"…십 년쯤요."

늙은 쪽이 잠시 말이 없다가, 국수 국물을 한 숟갈 떴다.

"열둘이라고 하자."

"방금 열하나라면서요."

"열하나로 적으면 창고에 없는 궤짝이 하나 생긴다. 열둘로 적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

"그건 셈이 아니라 소원 아닙니까."

"장부 보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산다."

임도경은 그 말을 들었다. 듣고 나서 그릇으로 눈을 내렸다.

서가람은 주방 쪽으로 반쯤 몸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행주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위층 방," 임도경이 말했다. "그대로 있습니까."

"…비워 뒀습니다."

임도경은 계단을 올라갔다.

네 번째 계단이 삐걱거렸다. 그는 그 계단을 밟기 전에 이미 발을 조금 옆으로 옮겼고, 옮기고 나서야 자기가 그렇게 했다는 걸 알았다.

방은 그대로였다. 창틀에 눈이 얇게 쌓여 있었고, 벽에는 못 자국이 셋 있었다. 검을 걸어 두던 자리다. 못 세 개의 간격이 넓다. 검이 길었다는 뜻이다.

임도경이 지금 차고 있는 검은 그 간격에 맞지 않았다.

그는 방 한가운데에 서서 바닥을 봤다. 창가에서 세 번째 널이 다른 것보다 조금 밝았다. 밟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 널이다. 그걸 어떻게 아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무릎을 굽혀 손끝으로 널을 눌렀다. 들렸다.

아래에 종이가 한 장 접혀 있었다.

펴 보니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종이의 접힌 자국이 여러 겹이었다. 오래 접었다 폈다 한 종이였다.

누군가 여기에 무언가를 오래 숨겨 두었다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임도경은 종이를 도로 넣고 널을 눌러 덮었다.

내려가는 계단에서 그는 네 번째 계단을 일부러 밟았다.

소리가 났다.

밖에서 소리가 났다. 눈이 지붕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소리였다. 둘 다 그쪽을 봤고, 둘 다 그쪽을 보는 척했다.

임도경은 손을 폈다가 다시 쥐었다.

물어봐야 할 것이 하나 있었다. 물으면 지금 이 자리가 끝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도 악의가 없는데 누군가는 잃는다. 이 도시의 규칙은 그런 식으로 지켜져 왔다. 아는 것을 서로 말하지 않는 동안에만.

임도경은 그릇을 비웠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서가람이 그릇을 가져가려고 손을 뻗었다.

"가람아."

"예."

"저 판에 이름을 두 번 적은 게," 임도경이 말했다. "손이 어긋난 겁니까."

서가람의 손이 그릇 위에서 멈췄다.

행주에서 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상 위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내일도 오실 겁니까." 서가람이 말했다.

임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회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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